부동산을 보는 또 하나의 눈, Zoning
부동산을 보는 또 하나의 눈, Zoning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의 크기와 인테리어, 학군, 위치를 먼저 살펴봅니다. 물론 모두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오랜 경험을 가진 부동산 전문가나 개발업자들은 집을 보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Zoning(용도지역)**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은 리모델링할 수 있지만, 토지가 가진 권리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Zoning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정해 놓은 도시계획 규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법입니다. 같은 크기의 토지라도 어떤 Zoning이 지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건물의 규모와 용도, 미래의 활용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결국 부동산의 가치는 현재의 건물보다 토지가 가진 권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LA시의 Zoning Regulation에는 농업지역(A Zone)부터 주거지역(R Zone), 상업지역(C Zone), 공업지역(M Zone) 등 다양한 용도지역이 있으며, 여기에 높이 제한과 개발 기준, 각종 오버레이 규정이 더해집니다. 같은 크기의 토지라도 어떤 Zoning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개발 가능성과 시장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R1과 R5입니다.
R1은 가장 일반적인 저밀도 주거지역으로 단독주택(Single Family Residence)을 중심으로 계획된 용도지역입니다. 조용한 주거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며, 개발 밀도에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미국의 단독주택 단지가 바로 이러한 Zoning에 속합니다.
반면 R5는 LA시에서 가장 높은 밀도의 주거용 Zoning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일한 크기의 토지라도 훨씬 높은 개발 잠재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8,000제곱피트의 필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R1이라면 일반적으로 단독주택 한 채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R5에서는 기본적인 개발 기준인 Minimum Area per Dwelling Unit을 비롯해 용적률(FAR), 건물 높이, 오픈스페이스, 주차 기준 등 관련 규정을 충족하면 훨씬 많은 세대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부지가 TOC(Transit Oriented Communities) 인센티브 적용 대상이라면 추가적인 Density Bonus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TOC Tier 4의 적용을 받고 관련 개발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기본 허용 규모보다 더 많은 세대를 계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처럼 같은 8,000제곱피트의 토지라도 Zoning과 도시계획 규정에 따라 개발 가능성과 경제적 가치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개발 가능 여부는 Zoning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매물을 검토할 때 건폐율(Lot Coverage), 용적률(FAR), 높이 제한(Height Limit), 허용 유닛 수(Density), Setback, Open Space 기준, 환경 규제(Environmental Regulations), 역사보존 규정(Historic Preservation), Specific Plan, Overlay District 등 수많은 규정을 함께 분석합니다. 같은 R5라도 이러한 조건에 따라 개발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발업자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서도 낡은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토지가 가진 개발 권리를 봅니다. 일반인은 현재의 모습을 보지만, 전문가는 그 땅이 앞으로 무엇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것이 일반인과 부동산 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필자는 부동산를 소개할 때 종종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부동산은 현재의 건물을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사는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이 바로 Zoning입니다.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투자할 계획이라면 집의 외관만 보지 마십시오. 그 토지에 어떤 권리가 부여되어 있는지, 앞으로 어떤 개발이 가능한지, 그리고 미래의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입니다. 그리고 토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바로 Zon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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